新나는 조합 :: 신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사례 

 

지식재산 기반의 도시재생 실험이 시작됐다
디랩사회적협동조합을 만나다 -
 
 
[신(新)나는 조합]은 새롭게 설립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의 설립 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로, 새로이 시작하는 이들의 비전과 포부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 말은 시민 참여형 과학문화 실험 ‘리빙랩(Living Lab)’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잠자고 있는 대전 지역의 지식재산을 활용해 지역 고유의 콘텐츠와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나선 디랩사회적협동조합의 새로운 실험도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누구나 그것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며,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소통과 협력의 장을 만들어 지식재산이 물 흐르듯 흐르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포부다.
 
 

 
‘대전을 IP 허브로’ 리빙랩에 빠진 청년들
비영리법인인 디랩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영옥)은 특허청 1호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대전 지역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해 대전을 지식재산 허브도시로 만드는 문화실험을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대전 지역 출연연의 연구원, 예술가, 사회적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21명은 1년간의 준비 끝에 2018년 12월 조합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조합 설립 아이디어는 발기인 대표로서 디랩사회적협동조합(이하 디랩) 설립 준비를 맡아온 민재명 연구원이 진행한 ‘100만원의 문화실험’에서 비롯됐다. ‘미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수업으로 잘 알려진 KAIST 이광형 교수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100만원의 문화실험은 개인당 100만원씩 출자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문화실험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디랩의 조합원인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이어진 박사과정과 토론 중 도출된 아이디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 연구원은 지식재산 활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도권에 비해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죠. 문화도 결국 지식재산입니다. 대전 고유의 브랜드가 만들어지려면 지식재산을 만들고, 퍼뜨리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더욱이 출연연 연구원으로서 등록된 특허의 80% 가까이가 활용되지 않고 잠들어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민 연구원은 지역 지식재산의 활용과 연구원들의 사회적 공헌 방법을 연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방법으로 찾은 것이 리빙랩(Living Lab)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내는 경제혁신 공간을 일컫는 리빙랩을 협동조합의 틀에서 실험해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민 연구원의 이러한 뜻에 공감하는 연구원과 사회적 기업가, 예술가, 의사, 회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IP 리빙랩’을 표방한 특허청 1호 사회적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사회적 공간 조성, IP 업사이클링 통해 도시재생 추진
디랩은 우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지식재산을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 마련에 나섰다. 대전 원도심 내에 비어 있는 유휴공간을 임대해 청년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이른바 ‘생활 SOC’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현재 대전 은행동 상점가 상인회 건물 지하 1층에 1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인회와 협력을 추진 중이며, 콜라보에어, 블룸워크, 페토 등 사업적기업 3곳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1호점에 이어 발달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서빙하는 팝업 레스토랑으로 기획 중인 2호점, 청소년들이 학교 밖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3호점도 잇달아 오픈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건물을 매입해서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 지역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품고 있다.
잠자고 있는 특허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IP 업사이클링’도 디랩의 핵심 사업이다. 특허를 한 데 모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특허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창업가들에게 이것을 이전해주는 중간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출연연에서 진행하는 기존 기술이전사업은 많지만, 정작 스타트업이 이를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민 연구원의 설명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술이전사업의 경우 발명가에 대한 보상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중계자에 대한 보상은 충분치 않은 실정입니다. 더욱이 출연연의 경우 기술이전 전담조직의 인력이 부족해 스타트업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디랩은 이에 대한 해법을 사이드 허슬(Side Hustle)에서 찾았다. 사이드 허슬은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이 퇴근 후 별도의 프로젝트를 통해 벤처기업 등과 협업함으로써 자기가 갖고 있는 역량을 지역사회에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대전 지역 연구원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결시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창업가 등에 현물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창업 장벽 낮추는 연대의 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벤처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IP 액셀러레이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IP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기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제 운영할 창업자를 모집해 공동으로 창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스타트업을 실제로 창업했던 민 연구원의 경험이 녹아 있다.
“서울에서 창업을 했을 때는 디캠프, SK상생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많은 기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지역사회가 함께 기업을 케어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대전 지역사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실패를 하더라도 창업가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 연구원은 창업 활성화를 위한 거대 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지역의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연대를 통해 창업의 장벽을 낮춰주자는 것이다. 즉, 공간을 가진 건물주, 기술을 가진 발명가, 실행력을 갖춘 혁신가들이 협력하고, 아주 작은 M&A(마이크로 M&A)를 지원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랩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면서 올해 안에 조합원이 50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민 연구원은 기대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면 연대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공동체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역사회의 온도를 높이는 청년들의 새로운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됐다.
 

 
* 디랩사회적협동조합 
 ○ 이사장                       이영옥
 ○ 설립일                       2018년 12월
 ○ 지역                          대전
 ○ 조합원수                     21명
 ○ 주요 생산품/서비스         지식재산 창출 및 활용 연구
 
 
 
글 임숙경 기자(metelsk@naver.com)
사진 김성헌 기자(heonphoto@naver.com)